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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산업연구원] 베이붐세대 은퇴와 주택가격의 영향 [2011.2.8]

작성일 2011.02.10

대형 고가 주택수요 줄고 중소형 저가주택수요 증가할 것

 

주택시장에서 가장 큰 수요집단인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퇴직이 서서히 시작되면서  이들이 고용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퇴출되는 시점에서의 주택가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의 퇴직후 연금을 중심으로 한 생계대책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하고 있던 주택을 처분하여 생활비를 조달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 퇴직은 분명히 인구학적 측면에서 사회가 노령화되고 이에 따른 사회보장측면의 부담이 증가하는 한편 경제적인 생산력감소와 이로 인한  개인의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의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또한 퇴직에 따른 소득원의 상실로 인해 사회보장 연금이나 개인의 저축으로 생활할 수 밖에 없음도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공적연금제도가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이 벌어 놓은 것으로 먹고 살 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의 특징은 우선 벌어놓은 것이 충분하지 않고 벌어놓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 즉, 한 채의 집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에 따른다면 주택시장에 매물이 크게 늘어나게 되고 수요는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지게 되고 이를 감안한다면 주택구입시점을 되도록 늦추는 것이 유리하게 된다. 

 

또한 통계청 인구전망에 의하면 2011년 신묘년은 주도적인 주택 구입 세대인 35~5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첫해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중이며, 세계 최저 수준의 낮은 출산율로 인해 10대 이하 인구는 연령대별로 40~50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이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하는 15~20년 후에는 주택수요가 더욱 줄어서 시장에서는 베이비 붐 세대가 매물로 내어놓은 주택이 미처 소화되지 않고, 남아돌게되므로 일본처럼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집값하락은 주택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를 점치는 이들의 논거를 강화하는 증거로 회자(膾炙)되고 있는데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퇴직을 경험하였거나 하고있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 특히 주택 등 부동산가격의 하락 경향을 지적하면서 설득력을 높이려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고,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구조를 한꺼풀 벗겨보면 위와 같은 주장이 옳은 것도 있고, 그다지 그럴듯하지도 않다.

 

우선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표 1> 베이비 붐 세대의 3국 비교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경제력을 배경으로 매우 당당한 사회적 집단으로 군림하고 있다. 7800만 베이비 부머는 3300만 부모세대와 4400만 자녀세대를 덩치로도 압도한다. 평균자산 86만달러로 돈도 제일 많다. 건강을 중시하고 늙기를 거부하며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편다. 2006년은 2차대전 후 1946~64년 태어난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는 첫해였는데 2006년 미국의 스키장들은 슬로프를 완만하게 고쳤고, 건축업자들은 실버 주택단지에서 뜨개질방과 컴퓨터실을 없애고 운동 공간과 다용도실을 늘렸다. 미국의 산업계는 이들이 은퇴 후에 풀어놓을 두둑한 주머니를 노려 갖가지 상품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2008년에 제작된 인디아나 존스 4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마지막장면인 결혼식장에서 바람에 날린 존스박사의 모자를 아들에게 넘겨주지 않고 다시 쓰는 모습은 미국베이비 붐 세대가 차지하는 경제사회적 위상을 암시하고 있다. 

 

일본에선 1947~49년 태어난 680만 ‘단카이(團塊)세대‘의 은퇴가 2007년부터 시작됐다. 이들 세대는 유년시절부터 전후빈곤과 재건과정을 함께 경험하였기 때문에 세대동유 의식이 다른 세대에 비해 유달리 강해 ‘덩어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들은 1965년부터 일본 경제활동의 중심으로서 매년 노동조합 중심의 임금인상 투쟁인 이른바 ‘춘투(春鬪)’의 핵심세력으로서 임금인상의 혜택을 누렸기 때문에 금융자산만 130조엔에 이르러 사회적으로 경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6·25 직후 1955년부터 산아제한정책 전 1963년까지 태어난 712만명을 가리킨다. 1955년생은 2011년부터 만 55세가 되기 때문에 몸담고 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이 시작된다. 해서 사회적 조명과 분석이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지만 내용은 2006년 미국과 2007년 일본에 비해 많이 우울하다. 정년퇴직 시점부터가 미국과 일본은 60세 인데 우리는 55세다. 이건 자발적인 은퇴가 아니라 타의적인 퇴장이요, 제2의 인생 개막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축출되어 경제적 능력을 거세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세대 중에서 자산이 가장 많을 때 정년을 맞이하지만 노후를 위해 모아놓은 돈은 많지 않다. 서울대 노화ㆍ고령화 연구소의 2010년 조사를 보면 평균 자산은 부동산 자산이 2억7,500만원, 금융자산이 4,499만원 등이었지만 부채가 3,407만원이어서 순자산은 평균 2억9,633만원이었다. 부동산 자산이 83.2%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금융자산도 부채를 빼면 1,092만원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09년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노후에 필요한 월생활비는 부부를 기준으로 최소 121만원이고, 적정생활비는 174만원이었다. 미래에셋 연구소는 월평균 생활비로 211만4000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선 금융자산이 대략 4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이를 저축한 베이비 붐 세대는 많지 않다. 그러니까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베이비 붐 세대는 벌어놓은 것 없기 때문에 전 재산인 집을 처분하여 생활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연령대별 인구가 가장 많은 현재의 40대 초반이 은퇴를 시작하는 10여 년 후에는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이나 다름없으며 이들은 정년을 앞두고 주택을 팔아 은퇴 후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30여 년을 버텨야 할 것이다. 부동산 수급에 있어 인구구조와 소비패턴 보다 중요한 요소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수급을 결정하는 금리나 정책, 유동성, 입지 등의 변수가 작용하기는 구조적으로 인구 변화에 따른 수요 증가가 없다면 결국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 퇴직이 곧,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이웃 일본의 경우를 참고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착각의 산물이 아닌가 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베이비 붐 세대가 직장을 잃어 집을 처분해서 부족한 생활비를 조달한다고 하더라고 이들 역시 거주해야할 주택이 필요하다. 유복한 베이비 붐 세대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베이비 붐 세대는 주택문제와 생활비라는 문제를 연결지어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형편에서 자기의 형편 별로 다양한 선택이 나타날 것이다. 

 

이들의 선택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고가의 입지가 좋은 대형 주택에서 저렴하고 집값이 싼 중소형주택으로 옮겨가면서 그 차액으로 생활비를 조달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와 같이 임대주택시장이 미약하고 전세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주택 보유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예를 들자면 강남의 대형아파트를 처분하고 신도시나 수도권 인근의 중소형아파트로의 이주패턴이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강남의 고가의 주택은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신도시 및 수도권인근의 중소형주택은 늘어난 수요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이어서 수도권 인근에 9억원 이하의 중소형 주택을 갖고 있는 정도의 베이비 붐 세대는 주택을 한국금융공사가 취급하고 있는 주택연금 즉, 장기주택저당대출을 이용하여 생활비를 조달할 것이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 형태로 타가다가 부부가 사망하면 금융공사가 주택을 넘겨받는 제도로서 부부가 모두 만 60세 이상이면서 시가(時價) 9억원 이하인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하고 있을 때 가입할 수 있다. 연금액은 가입자가 만 100세까지 살 경우를 가정해 산정하기 때문에 같은 가격의 주택을 보유했을 경우, 가입 연령이 높을수록 매달 받아가는 연금액이 많아지게 된다. 실제로 시가 6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한 어떤 86세의 경우 고령인 관계로 월지급액이 453만원에 달한다. 가입자가 원하면 일부를 몫돈으로 먼저 타가고 나머지 담보금액을 기준으로 연금을 받아갈 수도 있고, 매달 받는 연금액을 나이가 들수록 적게 혹은 많게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신규로 주택연금에 가입한 건수가 2,016건으로서 2009년보다도 약 79.4% 증가했다. 주택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7년엔 가입실적이 보잘 것 없었으나 2009년 1,124건에 이어 2010년에는 연금가입 추세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 부부가 사망한 어떤 시기 20년에서 30년 후에 금융공사는 많은 주택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를 일시에 현금화할 때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한국금융공사는 연금제도를 설계하면서 향후 30년간 매년 주택가격이 경상가격으로 5%씩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연금상품을 출시하였다. 그러니까 금융전문가의 견해에서는 집값하락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유한 주택의 가격이 3~4억원 정도로써 주택연금에 가입해소 연금액이 생활비로서 부족할 경우인 베이비 붐 세대는 이 주택을 처분하고 최근에 도심부에 확대 공급되고 있는 도시형 생활 주택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주거이동 패턴을 고려하면 강남 등지의 고가 주택의 가격은 수요감소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도권 인근의 중소형 주택과 도시내부의 저렴한 주택은 오히려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 변화를 겪은 외국 사례라고 해서 그 원인이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때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미국에서의 주택가격 하락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붕괴와 이로 인한 대량실업의 결과인 것이다. 또 일본이 1990년대 들어 35~5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지가하락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지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1970년대 후반 국토균형개발을 추진했던 자민당 정부의 무모(無謀)함과 1980년대 거품 형성에 놀라 이를 금융규제의 강화로 해결하고자 하면서 부동산가격거품의 급격한 붕괴를 초래한 일본정부의 정책적 오류(誤謬)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과 이에 따른 주택시장의 전개를 추론하여 보았다. 결론적으로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은 주택시장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지만 그것이 주택가격의 하락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소형 저가 시장의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성수 건축공학박사 ,주택산업연구원,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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